
안녕하세요, 르코&렉스 뉴스레터의 렉스입니다!
오늘 글은 맨땅에서 무언가를 판매하고자 하는 분들이 조금 도움 받을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참 재밌으면서도 힘든 일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고통받는지를 정확히 꿰뚫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감각적인 것이라, 누군가가 짜잔하고 전수해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본질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문제를 해결해주면 됩니다. 혹시 밥 아저씨의 "어때요, 참 쉽죠?" 같은 말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전교 1등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같은 말을 듣는 기분이신가요?
그런데, 진짜 그렇습니다. 모든 사업은 '문제'를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냥 문제는 아닙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급의 문제'를 찾아서, 돈을 받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4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급의 문제'를 정의 내리고,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시장 단가(가치)를 파악한 후,
이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들과 연결되어 문제 해결법(제품/서비스)을 판매하는 것이죠.
이 모든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이런걸 저절로 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주 극소수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리가 천재의 '감각'을 복제할 수는 없지만, 실제 사례를 보고 그 감각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그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는 배울 수 있습니다. 예술가가 대단한 작품을 만들기 전에 기초 데생부터 배우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이 문법 중 ‘1번:'내가 해결할 수 있는 급의 문제'를 정의 내리기’과 ‘3번:이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기’을 잘한 케이스를 하나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셰이나 앨리스(Shayna Ellis)입니다.
Chapter 1. 창업가의 배경: 문제 해결의 무기는 어디서 오는가
셰이나 앨리스는 데이팅 앱 Frnds of Frnds의 창업자입니다. 앞서 제가 말한 4단계 공식을 셰이나 어떻게 실행했는지 보기 전에, 이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렉스레이(렉스+엑스레이) 한번 쏴보겠습니다.

셰이나의 링크드인 프로필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미국 명문 조지타운 대학교 경영대학(MSB), 그리고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펌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정답 같은 루트죠. 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왜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이 굳이 '데이팅 앱'이라는, 어찌 보면 가장 감성적이고 비즈니스적으로는 진흙탕 같은 시장에 뛰어들었을까요? (돈이 쉽게 복사 되어서?? 🤔)

Shayna Ellis의 링크드인
그 답은 그녀의 전공과 경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그녀가 조지타운에서 파고든 분야는 운영 및 분석(Operations & Analytics)입니다. 감이나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시스템의 비효율을 찾아내고 최적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과(지만, 그걸 실제로 배웠을지는 모릅니다)죠. BCG에서 훈련받았을 문제 해결 방식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Frnds of Frnds는 BCG 입사 전, 조지타운 재학 시절에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봅니다. 데이팅 앱 시장에서의 신뢰라는 막연하고 감성적인 문제를, 하나의 분석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라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진짜 고등학교 때 친구랑 "우리 틴더 같은 거 하나 만들어보자!" 했던 것을 더 디벨롭했을 수도 있고요.)
어찌 되었건, 셰이나 앨리스는 두 가지의 강력한 무기를 동시에 가진 셈입니다.
Z세대의 문화적 맥락을 몸으로 이해하는 네이티브의 시각.
비즈니스 문제를 시스템으로 분해하고 풀어내는 컨설턴트의 시각.
이 두 가지가 결합되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를, Frnds of Frnds의 사례는 명확히 보여줍니다. 셰이나가 어떻게 이 시장의 문제를 날카롭게 정의하고, 시스템으로 해결해 나갔는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ps. 아, 그리고, 코로나 시기에 틱톡 인플루언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버추얼 이벤트 사업(Virtual Visions)을 운영도 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지인 추천과 소셜 미디어의 힘을 경험을 한거죠.
Chapter 2. 그녀는 '진짜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나 (1단계)
오늘날 데이팅 앱 시장은 본질적으로 신뢰를 상품으로 파는 비즈니스입니다.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저 사람을 믿어도 되나?' 고민하는 우리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담보로 돈을 버는 거죠. 프로필 인증, 직업 인증 등은 전부 ‘우리 앱 안전해요!!!! 츄라이 츄라이’라고 외치기 위한 비싼 장치들입니다.
그런데, 이 장사가 아무리 잘되어도, 약점이 있습니다.
그 약점은 바로 이 통계입니다.

“여성의 78.6%가 성적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남성의 66.7%가 성적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여성은 특히 심각한 수준의 성적 괴롭힘을 경험할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셰이나가 포착한 진짜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인거죠.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 유저들이 심각한 수준의 성적 괴롭힘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 40%가 ‘이거 무서워서 못 하겠네’ 하고 떠난다는 건, 이 시장이 밑 빠진 독이라는 명백한 증거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앱이 더 좋은 매칭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적 해법에 집착할 때(거의 Match그룹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Frnds of Frnds는 문제의 본질이 기술이 아닌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에 있음을 간파했습니다. 낯선 사람을 믿기까지 드는 그 찝찝한 시간과 에너지가 바로 진짜 문제였던 겁니다.
렉스의 자잘한 공식 #1: 신뢰 거래 비용(Trust Transaction Cost)의 구조
이 ‘찝찝함’을 비즈니스 용어로 분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뢰 거래 비용 = (1.정보 탐색 시간 + 2.감정적 불안감) x 3.검증 실패 리스크
정보 탐색 시간 → 상대방의 SNS를 염탐하고, 프로필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
감정적 불안감 → '이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스트레스
검증 실패 리스크 → 잘못된 사람을 만나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거나, 위험에 처할 가능성
기존 앱들은 이 비용을 직접 줄이지 못하고 인증이라는 껍데기만 제공했습니다. 셰이나는 이 공식의 모든 변수를 0에 가깝게 만들 방법을 고민한 것이죠.
이때 그녀는 판을 뒤집는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제가 던졌으리라고 가정했습니다.)
"우리가 비싼 돈 들여 신뢰를 만들지 말고, 유저들이 이미 가진 신뢰를 공짜로 빌려 쓰면 어때?"
이것이 바로 그녀가 정의 내린,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급의 문제'였습니다.
Chapter 3. 그녀의 해결책: 신뢰 자본이라는 치트키
문제를 정의한 그녀의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의 원리,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즉 ‘인맥’을 앱의 심장으로 삼은 것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AI사용한 바이브 코딩이었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의 원리,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즉 ‘인맥’을 앱의 심장으로 삼은 것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친구 보증(?)을 받아 앱을 키워나갔습니다.

최고의 인맥이죠.
3-1. '친구 보증'으로 광고비를 0으로 만드는 마법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사회적 자본을 '관계를 통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쉽게 말해, 내 인맥이 곧 내 자산이란 얘기죠. 그리고, 이 앱은 ‘데이트 하고 싶다!!!!!!’라는 니즈가 강한 1-20대들이 거주하고 있는 틱톡을 통해 끌고 왔습니다.
기존 앱들이 '프로필 인증 완료' 같은 파란색 체크마크로 인공적인 신뢰를 만들려고 애쓸 때, Frnds of Frnds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유기농 신뢰에 빨대를 꽂았죠. 바로 친구라는 유기농 신뢰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이 사람은 저희가 인증했어요"라는 앱의 메시지보다 "이 사람? 내 친구 OO의 친구야"라는 현실의 메시지가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죠. 이건 신뢰가 형성되는 메커니즘 자체를 해킹한 겁니다. (누구나 따라하려고 하지만, 성공하기는 힘든 친구 마케팅입니다. 이걸 잘한 곳이 한국은 애니팡이었죠)
렉스의 자잘한 공식 #2: 신뢰 신호의 가중치 공식
모든 신뢰 정보는 동일한 무게를 갖지 않습니다. 그 가중치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기농 신뢰'의 가치 = (기존 관계의 깊이 + 사회적 평판) x 암묵적 정보 (Vibe Check)
'인공 신뢰'의 가치 = (시스템의 권위) x 명시적 정보 (Profile)
시스템이 제공하는 명시적 정보(키, 직업 등)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반면 친구 보증은 관계의 '깊이'와 '평판'을 담보로, 프로필에 절대 담을 수 없는 '숨겨진 정보'까지 전달하기에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죠. 그러니깐, 해외에서 레퍼런스 체크가 애용되는 이유가 이렇습니다.
Frnds of Frnds는 바로 이 '인맥 자본주의'를 간파했습니다. 기존 앱에선 상대 프로필이 진짜인지 내가 직접 탐정이 되어야 했지만, 여기선 모든 만남에 내 친구라는 '보증인'이 있는 셈이죠.
'바이브 체크'가 킬링 포인트입니다. 우린 친구에게 "야, 너 혹시 김OO 알아? 그 사람 어때?"라고 물어보며 프로필엔 절대 없는 귀한 정보(평판, 인성, 심지어 전 애인 스타일까지)를 얻잖아요. Frnds of Frnds는 이 원초적인 인간 필터링 과정을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더 이상 혼자 끙끙 앓으며 상대방의 SNS를 염탐할 필요가 없는 거죠.
3-2. 그런데 왜 '친구'가 아니라 '친구의 친구'일까요?
여기에 진짜 천재성이 숨어있습니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가 말한 약한 연결의 힘 이론을 떠올리시면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취업 시장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결정적인 기회(직장, 정보, 사람)는 절친이 아니라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에게서 오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일자리 정보는 우리 부모님이나 절친이 아니라, 예전에 인턴 같이 했던 동료의 친구처럼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경우처럼요. 왜냐?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정보의 우물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Frnds of Frnds는 바로 이 '약한 연결'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게 만든 인맥 확장팩인 셈입니다. 닫힌 내 세상과 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다리를 무한히 놓아주는 거죠. 친구한테 "소개팅 좀..."하며 아쉬운 소리 할 필요 없이, 시스템이 알아서 '따뜻한 소개팅'을 무한 리필해주는 겁니다. (SNS가 이 21세기의 이런 역할을 합니다.)
한눈에 보는 데이팅 앱 성장 전략 비교
구분 (Category) | Frnds of Frnds | 틴더/범블 | 더 리그 |
|---|---|---|---|
핵심 가치 제안 | 신뢰 기반 연결 | 만남의 양 극대화 | 엘리트 매칭 |
초기 성장 모델 | 초대 기반 바이럴 루프 | 개방형 네트워크 효과 | 대기자 명단 및 심사 |
주요 신뢰 시그널 | 상호 친구 | 프로필 사진/정보 | 직업/학력 |
온보딩 마찰 | 매우 높음 | 매우 낮음 | 중간 |
핵심 취약점 |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한 확장성 한계 | 네트워크 오염 및 안전 문제 | 제한된 타겟 시장 |

[렉스의 잡지식]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인맥'에 집착한 진짜 이유
인맥은 자산이다, 이 말을 처음 한 사회학자는 사실 뼈아픈 '아싸'였습니다.
여러분, "인맥 관리 잘해라" 같은 뻔한 소리, 지겹지 않으신가요? 이 말을 학문의 경지로 끌어올려 "사회 자본"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인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사람이 이런 이론을 만든 게 무슨 고상한 학문적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순진한 착각입니다. 이건 철저히 경험에서 우러난 '뼈 있는' 소리였습니다.
렉스의 잡지식 #1: 파리의 '그사세'에 던져진 시골쥐
자, 상상해 보시죠. 시골 우체부 아들 '피에르'는 죽어라 공부해 파리 최고의 엘리트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제 인생 필 거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땡. 그곳은 시험 점수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절대로 '그들'의 일원이 될 수는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의 동급생들은 종자가 달랐습니다. 그들은 밥 먹으면서 볼테르를 논하고, 어느 미술관의 어느 작품이 '근본'인지 낄낄거렸습니다. 그들에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대대손손 물려받은 '있어 보이는' 아우라가 흘렀죠. 부르디외는 거기서 깨달았습니다. 아, 내 손에 쥔 만점짜리 성적표는 이 동네에선 휴짓조각이구나. 진짜 화폐는 저놈들 몸에 배어 있는 '문화 자본'이구나.
그는 이 보이지 않는 회원증 앞에서 처절한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덕분에, 그들 자신은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조차 못 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작동하는 방식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해부할 수 있었죠.
또다른 잡지식 #2: 모든 것이 '내 편'으로 결정되던 생존의 땅, 알제리
그다음, 군대는 그를 알제리로 던져버립니다. 파리의 고급 살롱과는 정반대의 세상. 그런데 여기서 그는 더 원초적인 진실을 목격합니다.
이곳 부족 사회에선 당신의 은행 잔고나 출신 대학 따위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중요한 건 단 하나.
"그래서, 당신 뒤에 누가 있는데?"
이 동네에선 선물이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내 아들놈 일자리를 부탁하기 위해 찔러두는 '사회적 뇌물'이었죠.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가문과 가문의 '인맥 합병'이었습니다. 모든 관계는 철저히 계산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부르디외는 이곳에서 '관계망', 즉 '사회 자본'이 얼마나 적나라하고 강력한 생존 무기인지를 발견했습니다. 파리의 그놈들이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놓은 것의 날것 그대로의 버전을 본 겁니다.
결론적으로, 부르디외가 "인맥이 자산이다"라고 했을 때, 그건 인자한 인생 선배의 조언이 아닙니다.
그건 '아싸'의 눈으로 세상을 꿰뚫어 본 천재가 던지는 학문적 스탠드업 코미디에 가깝다고 봅니다.
"세상은 노력 같은 걸로 돌아가지 않아. 물려받은 취향과 물려받은 인맥, 그리고 돈, 이 세 가지 패를 갖고 벌이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같은 말을 고급스럽게 포장한 것이죠.
Chapter 4. 그녀는 '고객'을 어떻게 찾아냈나 (3단계)
자, 이제 세 번째 단계입니다. 이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냈을까요? 셰이나는 여기서 그녀의 또 다른 무기, '네이티브의 시각'을 십분 활용합니다.
그녀는 제품을 다 만들고 "자, 이제 마케팅 시작!"하는 구시대적 방식을 버렸습니다. 대신, 자신의 개인 틱톡 계정을 메인 채널로 삼아 앱을 만드는 전 과정을 생중계했죠. 바로 빌딩 인 퍼블릭(Building in Public) 전략입니다.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지 마세요! - 앱의 모토
셰이나가 던진 이런 날것의 메시지들은 기존 앱에 학을 떼던 유저들의 심장을 저격했습니다(윽). 사람들은 반짝이는 사업가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그 해결책을 직접 만들고 있는 동지로서 그녀에게 열광했습니다. 찐팬이 된거죠.
파운더 주도 성장 플라이휠(Flywheel)
이 성장은 일방적인 마케팅이 아닌, 스스로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였습니다. SNS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이죠. 아래의 매커니즘처럼 운영이 됩니다.
[1. 진솔한 스토리 공유] →
[2. 문제에 공감하는 '동지' 확보] →
[3. '동지'들의 피드백과 참여] →
[4. 더 강력해진 제품과 스토리] →
[0.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
이 플라이휠이 한번 돌기 시작하면, 마케팅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셰이나가 만든 것은 단순한 잠재 고객 리스트가 아니라, 제품이 탄생하기 전부터 강력한 소속감을 가진 댓글에서 노는 커뮤니티였다는 점입니다. 이 커뮤니티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앱을 위해 기꺼이 피드백을 주고, 주변에 소문을 내줄 준비가 된 충성도 높은 군단이었던거죠.
커뮤니티 에너지 = (파운더의 진정성JJS x 소통 빈도) + 공동의 목표
파운더가 얼마나 진솔하게, 그리고 자주 소통하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커뮤니티의 폭발력이 결정됩니다. 셰이나는 이 공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했습니다.
Chapter 5. 성장 그리고 숙제
5-1. 성장 치트키: '20명 초대'라는 미친 허들

Frnds of Frnds의 가장 강력한 한 방은 '20명 초대'라는 가입 조건입니다. 이 정신 나간 선택은 역설적으로 앱에 강력한 '배타성'을 부여해 FOMO를 자극했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유저에게 강한 애착(이케아 효과)을 만들었습니다.
렉스의 공식 #3: '좋은 마찰'의 가치 창출 공식
모든 마찰(귀찮음)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좋은 마찰'은 오히려 가치를 더합니다.
가치 = (마찰을 통해 얻는 보상) - (마찰을 극복하는 노력)
'20명 초대'라는 노력보다, 그것을 통해 얻는 '검증된 커뮤니티'라는 보상이 훨씬 크다고 사용자가 느끼게 설계했기 때문에 이 미친 허들이 작동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네트워크의 고질병인 맨땅에 헤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가짜 프로필 없는 완벽한 네트워크 큐레이션을 자동으로 이뤄냈습니다. 그 크기가 작더라도요.
5-2. 작은 '인싸 앱'의 피할 수 없는 숙명
물론 이 전략이 만능은 아닙니다. '다단계'라는 저항,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는 사회적 에코 챔버, 초대 기반 성장의 확장성 한계라는 명확한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속성(호모필리)은 초기 커뮤니티를 뭉치게 하는 강력한 접착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자극이 없는 '고인 물'을 만들어 성장을 저해하는 독이 됩니다. (카톡방에서 그룹이 만들어진 케이스들을 떠올려보세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푸느냐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겠죠.
Chapter 6. 그래서, 우리 비즈니스에 써먹을 치트키는? (The Playbook)
자, 이제 셰이나 앨리스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훔칠 수 있는 진짜 '플레이북'을 펼쳐볼 시간입니다. 이론은 잠시 접어두고, 셰이나가 실제로 써먹은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께요.
Play #1: 레드오션의 피 냄새를 맡아라
사람들은 자꾸 세상에 없는 '블루오션'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순진한 착각입니다. 맨땅에서 시작하는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사업은, 이미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레드오션', 그것도 1등이 흘린 피 냄새를 맡는 데서 시작합니다. 1등이 너무 배불러서 혹은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는 고객들의 비명이야말로 최고의 사업 아이템이죠.
셰이나 앨리스는 데이팅 앱이라는, 돈이 문자 그대로 복사되는 레드오션의 한복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피 냄새, 즉 '여성 유저 40%의 이탈'이라는 비명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건 그냥 작은 상처가 아니었습니다. 1등의 동맥이 터졌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꼴이었죠. 왜냐? 돈을 너무 많이 벌고 있어서요.
그러면 이 빈틈을 찾는 방법은?
사업 기회의 크기 = (시장의 총매출) x (핵심 고객의 이탈률) x (그들이 겪는 고통의 깊이)
시장이 아무리 커도, 고객들이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다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에서, 핵심 고객이, 매우 고통스러운 이유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돈이 묻혀있는 광맥입니다. 셰이나는 이 공식의 값을 본능적으로 계산했던 겁니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방법을 드립니다.
들어가고 싶은 시장의 1위 기업 앱스토어 리뷰 페이지를 켜보세요. 거기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고통'은 뭔가요? 그 고통의 깊이는 얼마나 깊어 보이나요? 그걸 노려서 앱을 만들거나, 사업을 해보세요. (앱스토어가 아니라, 경쟁사 제품 리뷰를 보셔도 좋습니다.)
Play #2: 광고하지 말고, 봉화를 피워라. (불지르지는 마시고요)
수백년 전까지만 해도 봉화를 피워 흩어져 있는 아군을 모았습니다. 셰이나 앨리스는 틱톡에 봉화를 피웠습니다. 셰이나가 올린 연기는 '우리 앱 한번 써보세요'라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자들이여, 모여라는 집결 신호로 포장된 광고였죠. 이렇게 똑똑하게 광고 해야합니다.
구시대 방식: (제품) → (광고 메시지) → (고객에게 도달)
셰이나 방식: (공동의 문제) → (진솔한 해결 과정) → (고객이 '동지'가 됨)
광고는 돈이 떨어지면 멈추지만, '동지'들의 커뮤니티는 스스로 증식하고 서로를 끌어당깁니다.
여러분들은 잠재 고객들이 모인 SNS가 어딘지 알고 계신가요? 트위터,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네이버 밴드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고객이 아닌 동지로 만드는 방법이 뭐가 있는 지 고민 해보셨나요?
Play #3: 바이럴을 기능으로 '심어라'
훌륭한 건축가는 건물을 다 짓고 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건물을 좋아하게 만들까?'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사람들이 머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공간을 만듭니다. 바이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만든 제품 위에 '공유하기' 버튼 하나 얹는다고 바이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셰이나는 '20명 초대'라는 행위를 마케팅이 아닌, 제품의 핵심 설계도에 포함시켰습니다.
이게 진짜 영리한 지점입니다. '초대'라는 행위 자체가 단순히 앱을 퍼뜨리는 수단이 아니라, '검증된 사람만 들어온다'는 제품의 핵심 가치를 만드는 '기능' 그 자체였던 거죠. 이 구조 안에서 마케팅과 제품은 분리되지 않습니다. 마케팅이 곧 제품이고, 제품이 곧 마케팅이 됩니다.
제품의 형식이 마케팅을 해야하는 방향을 만듭니다.
평범한 바이럴: 제품 가치 + 공유 인센티브(보상)
(이 구조에선 보상이 사라지면 공유도 멈추죠)
진짜 바이럴: (공유라는 행위) 자체가 (제품의 핵심 가치)가 됨
(이 구조에선 공유할수록 제품이 더 좋아지기 때문에 멈출 이유가 없죠)
어떻게 하면 고객이 우리 제품을 '자랑'하거나 '추천'하는 행위 자체가, 제품의 핵심 가치를 높이는 기능이 되도록 설계할 수 있을까요? 그 지점에서 돈 안 드는 성장 엔진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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